기독교 대안학교의 현장 문제 진단 1 - 교육철학의 부재

2024. 6. 26. 23:18Christian Education - Going Hom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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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현재 많은 기독교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성장세는 점차 잦아들었고, 대한민국의 학령인구 감소 등 앞으로도 늘어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되어 가지만, 지금도 상당수의 기독교 대안학교가 운영 중입니다. 

 많은 대안학교가 이 나라에 존재하지만, 정말 자신만의 교육 목표와 교육 철학을 가지고 운영하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저 제가 근무했던 세 가지 학교만 직접 경험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들려오는 이야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 학교가 올바른 교육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운영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당수의 기독교 대안학교가 큰 어려움을 겪고 휘청이다가 많은 학생들이 그 학교를 떠나고, 그런 부침을 겪는 가운데 학생들만 상처받고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와 학부모 중간에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안타까운 경우를 보게 됩니다.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교육철학의 부재와 교육철학의 변경입니다.

 

 어떤 공동체든 시작할 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좋은 예시로, 과거 선교사님들이 세우신 사립학교들은 모두 나름의 설립 목표가 있습니다. 그 설립 목표가 적절한 교육 철학을 이끌어 내게 되고 교육철학을 이루기 위한 교육 방법이 커리큘럼으로 결정됩니다. 설립 목적, 교육 철학, 교육 방법 이 세 가지가 선순환을 일으킬 때 학교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졸업생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그 학교의 분위기와 학교의 역사를 쌓아가게 됩니다.

 기독교 대안학교의 선구자적인 학교들은 그 학교가 생각하는 어떤 시대적 필요성을 가지고 확고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워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기독교 대안학교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한 사람이나 공동체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 그 공동체 내부적으로든지 또는 큰 교회와 연합하든지 - 학교를 시작해야만 하는 의미를 발견하고 시작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초기 대안학교들이 큰 어려움을 딛고 성공적으로 자생하면서 후발 주자들이 뒤따라 가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학교를 설립한 교회들이 대안학교 운영을 통해 질적 양적 성장을 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다른 교회들이 대안학교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학교를 설립하는 이유가 자교회 성도의 유지, 성도의 수평이동을 통한 교회의 대형화, 또는 새 신자 유입을 위한 홍보수단 등으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 세대의 필요나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교회의 성장과 존치에 이용되는 수단적 가치로 시작된 학교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설립된 대안학교의 현 상황이 어떠하든지 세상의 일반 공립학교를 다니는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가진 성도들과 교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성경도 읽고 기독교 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으니 그래도 세상에 내놓는 것보다는 안심이라는 학부모들도 가세하였고, 사명감 없이 그나마 좀 더 괜찮은 근무 환경과 낮은 진입장벽을 원하는 교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 심지어 교육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하는 사람도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대안학교 교사로 임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회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세워진 기독교 대안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채, 그저 우리 목사님이 운영하는 학교라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학부모님과, 나만 믿고 보내라는 목회자들과, 적당한 상황을 이용하는 교사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면 결국 학교유지에만 모든 기력을 쏟아 넣는 아주 기형적인 형태의 기독교 대안학교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런 설립 목적과 교육 철학이 희미한 학교들은 외부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교육철학을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세상의 교육 방식을 기독교의 탈을 씌운 단순히 형태만 바꾼 기독교 교육이 도입됩니다. 여기저기 근원을 알 수 없는 아주 사사로운 교육학의 내용 까지도 모두 뒤섞여서 도저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알지 못하는 커리큘럼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기독교 대안학교에서 기독교가 빠진 그냥 대안학교가 되어 버린 채 학생들의 보육과 대입에 목숨을 거는 세상학교와 뭐가 다른지 모르는 학교가 되어 버립니다.

 학교를 운영하며 문제가 발생 할 때마다 교육과정을 조금씩 손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일은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맞습니다. 다만 교육 철학과 교육 방법을 구분하지 못하는 몇몇 사람들이 그나마 희미했던 교육 철학까지 뒤집어 흔들어 버리며 학교의 모든 부분을 바꿔 버리려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원래 바라던 교육을 받지 못하여서 실망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결국 이 모든 위험 부담은 학생의 인생 위에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학교측에서는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 같은 행정가를 바꿔 보기도 하고, 교사들을 모두 해고했다가 다시 새롭게 모아 보기도 하고, 올해가 새로운 원년이라며 새 출발을 다짐해 보기도 하지만, 이미 함께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 모두 엎어버리고 새로 시작하지도 못하는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황이 고착화되어 버립니다. 여기에 몇몇 소명 있는 목회자와 교사들이 갈려 나가면서 걷잡을 수 없는 교회와 학교와 가정 사이의 소모전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잘 살펴보고 입학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정말 변수가 많은 학교입니다. 대안학교의 타고난 운영적 천성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야 하며, 학교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시간표가 바뀌는 일도 빈번합니다. 즉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교육 정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학교밖의 사람들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입학 전에는 거의 없습니다. 제공된 교육 정보를 믿고 학교에 입학했는데, 본인들이 바랐던 교육이 아니라면 이미 학기를 시작해 버린 상황에서 되돌아가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물론 선하신 하나님께서 이 모든 어려움의 과정을 통해 그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역사하실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실족하게 하는 사람은 차라리 연자맷돌을 목에 메고 바다에 뛰는 게 낫다는 말씀과 같이 정말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교육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중고등 과정만 운영해도 첫 번째 졸업생을 만나기까지 6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초중고 통합과정에서는 이 긴 시간을 학교의 교육철학으로 키워낸 졸업생을 보기까지 12년이 걸립니다. 6년 또는 12년의 시간이 흘러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때마다 교육철학을 수정해 가는 기독교 대안학교들이 정말 존재합니다.

 

 

 이 모든 문제가 학교가 시작할 때 교육철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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